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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배신, 몰입의 의리

jmj073 2026. 2. 21. 13:43

이 글에서는 필자에게 큰 영향을 준 책인 "열정의 배신"이라는 책의 내용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사실 읽은지 꽤나 오래되어서 어떤 내용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내 생각대로 이야기를 풀어갈 것이다.

배신하는 열정

배신 당하는 주체는 어떤 대상이 기대를 져버렸을때, 믿음이 깨졌을때 배신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열정에게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클리셰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역시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할 것이다"일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어떤게 있을까? 책에서 봤던 예시중에 기억나는 것은, 어떤 사람이 절 생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중이 되었지만, 결국 얼마 못가 절을 떠나는 내용이 있다. 기타가 치고싶어서 샀지만 결국 장식품이 된다거나...

많은 사람들이 천생연분을 찾아 떠돌아 다닌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수박 껍질을 핥아놓고 맛없다고 다른데로 떠나버리는게 대다수이다. 그래놓고서 네모난 수박, 줄무늬 없는 수박, 노란 수박, 종류별로 수박 껍질을 핥아보고 있다. 맛있을리가 없다.

필자의 친구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어짜피 취미는 이거하다 열정 식고 저거 하다 열정 식고 반복이다.

사실 수박이 어떤 종류인지는 보통은 중요하지 않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수박의 과육은 종류에 상관없이 똑같이 맛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수박 껍질을 핥을게 아니라, 과육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신하지 않는 열정, 몰입

그럼 어떻게 과육을 먹을 수 있을까? 수박의 비유를 보자면,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수박의 과육을 먹기 위해서는 안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파고드는 것은, 즉, 실력을 쌓는 것인가? 과육을 먹기 위해서는 실력을 쌓아야 하는 것인가?

즉, 실력 -> 과육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필자는 실력 -> X -> 과육 모델을 제안하겠다. 직접적인 원인은, 실력이 아니라, X이다. 필자는 X로써, "몰입"을 제안할 것이다. 즉, 몰입을 할 수만 있다면, 실력 없이도 과육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실력없이 몰입하는게 쉽지는 않다. 독자 또한, 실력 없이 과육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말자. 필자도 그건 좀 힘들다. 필자는 최근, 체스를 배우고 있는데, 별로 재미가 없다. 하지만, 분명 실력을 쌓으면 재밌어질 것이라는 것을 필자는 알고 있다(물론 쌓은 실력으로 몰입을 한다는 가정 하에).

그렇다면 몰입이란 뭘까? 몰입은 필자가 고등학교 입학 과제로 읽었던 책인 황농문의 "몰입"이란 책에서 가져온 개념이다. 근데 사실 해당 책을 읽은지 벌써 5년정도 되었기 때문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몰입의 정의를 보자면 다음과 같다.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 주위의 모든 잡념과 방해물을 차단하고 오직 내가 하고 있는 일에만 완전히 빠져드는 상태

몰입의 3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 명확한 목표: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가 분명해야 한다.
  • 즉각적인 피드백: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 과제와 실력의 균형: 과제가 너무 쉬우면 지루함을 느끼고, 너무 어려우면 불안감을 느낀다.

여기서 실력이 없으면 몰입이 어려운 이유가 드러난다. 실력이 없으면 어떤 것을 목표로 잡아야 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뿐더러, 입문기에는 실력이 느는게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피드백을 얻기도 힘들다. 그리고, 대부분 자기 실력을 상회하는 과제를 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몰입이 과육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통제감: 인간은 환경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고 느낄 때 강한 쾌감을 얻는다고 한다. 내 실력과 과제의 난이도가 완벽하게 맞물리는 지점에서는, 모든 상황이 내 손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막막했던 수박 껍질에 실금이 가고, 내가 의도한 대로 칼날이 들어가는 그 "손맛"이 짜릿한 유능감을 선사한다.
  • 깨달음: 몰입의 과정에서의 깨달음과 과제의 성취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몰입,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명확한 목표, 적절한 난이도의 목표: "재즈마스터가 되겠다" 보단, 이 "코드 체인지를 잡음없이 해내겠다"라고 목표를 설정하자.
  2. 슬로우 띵킹(slow thinking): 파고드는 과정이 고된 이유는 긴장하기 때문이다. 온몸에 힘을 빼고 명상하듯 편안하게, 하지만 의식의 끈은 놓지 않고 그 문제만을 천천히 생각해야 한다.
  3. 생각의 연속성 유지: 최소 20분 이상은 외부 자극을 차단하고 오직 그 문제만 바라보자. 중간에 스마트폰 보는 것은 금물이다. 필자는 밥먹으로 갈때도, 자기전에 누워서도, 문제에 대해 생각한다.
  4. 피드백 즐기기: 긍정적인 피드백이 주어질 때는 그것대로 좋고, 그 반대일 때는 개선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좋다.

닭이냐, 달걀이냐

필자는 실력 -> 몰입 -> 과육이라고 했지만, 몰입이 실력을 가져다 주고, 실력이 더 수준 높은 몰입을 하게 해주고, 순환된다고 할 수 있다.

사랑

필자는 사랑도 약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저 감정이 아니라, 일종의 장인 정신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란 책이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모쏠인 내가 사랑을 논해도 되는걸까.

끝내며...

대충 말하자면, 열정에 실력이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실력에 진짜 열정이 따라오는 것이다. 결국 일이나 사랑이나, 대상이 무엇이든 핵심은 "껍질을 뚫고 들어가는 몰입의 태도"에 있다.

몰입에 대해 검색하다가 FLOW라는 책을 발견했는데, 한번 읽어 봐야겠다.